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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글 중에 가장 나쁜 글
등록일
2013-07-10
작성자
정임표/23
조회수
975


 

글 중에 가장 나쁜 글

 

 글 중에 가장 나쁜 글은 자신을 속이는 글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남보다 더 잘 나 보이고, 더 있어 보이고, 더 유식해 보이길 원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초라한 점, 무식한 점, 빈곤한 처지는 감추거나 미화하려 듭니다. 그리고는 자기 아닌 남을 비난비판하고 세상의 모든 문제는 자기 탓이 아니라 남의 탓이라고 우깁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 됩니다.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열등감과 우월감의 싸움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문학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인간의 삶의 상태 곧 그러한 삶의 상태를 만들게되는 직접적 원인인 인간의 정신 세계을 해부하고 분석해서 드러내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그걸 통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자기 성찰을 이뤄서 바른 삶,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려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나는 글중에 가장 나쁜 글이 선전 선동하는 글이라고 생각 합니다. 사회문제가 있다면 그게 왜 옳은지 그른지를 말하지 않고 문장의 수사법이나 인간의 감정을 뒤흔드는 문학적인 테크닉만 사용하여 사람을 자기가 의도하는 곳으로 몰고 가려하는 때문입니다. 자기 말에 동조를 하지 않는다고 거품을 물고 이웃을 향해 손가락질 까지 해대며, 여기에 천국이 있다 저기에 천국이 있다고 마치 천국을 눈으로 보고 온 양 떠들어 대는 것입니다. 선전선동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무리들을 선동하여 세를 모은 다음 그 위에다 자신만의 천년 왕국을 세우려는 악마적 수법입니다.

 

참 작가라면 이런 악마적 수법을 쓰는 인간들을 적나라하게 해부해서 보여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작품은 인간의 그릇된 삶을 비춰주는 거울 입니다. 우리가 거울을 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내 허물을 바로 잡기 위함 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글 중에 가장 좋은 글은 서정을 담은 글입니다. 서정이란 인간 정신의 자연스러운 발현이기 때문입니다. 서정에는 남과의 비교가 없습니다. 열등감과 우월감이 개입되지 않은 평화스러운 참 마음입니다. 그래서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에 평화만 있는게 아님으로 왜 태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쳐 오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모순과, 불완전, 악마적 기질 같은, 서정의 꽃밭을 망가트리는 기질들이 발현되는 원인들에 대해서도 문학적으로 분석하여 드러내 주어 독자로 하여금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성찰한 사람은 열등감과 우월감에서 해방되어 자유인이 됩니다. 자유인이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에게는 굴레가 되지 못한다는 사람입니다. 배우고 싶을 때 배우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사귀다 보면 " 내 신분으로 그런 자리에 나가기는 좀 그렇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더러 보게 됩니다. 자기 성찰이 덜되어 세상을 이중적인 잣대로 보는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을까요? 겸손을 가르치신게 아니라 선행을 배푼다는 심리적인 우월감이 선행을 배푼 그 인간을 망치는 때문에 그리 말씀하신 것입니다. 자기 글에 도취되어 자기 문장에 도취되어 우쭐하는 작가들이 넘치는 시대 입니다. 별것아닌 글을 적은 자기 시비 앞에서 보란듯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수두룩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모습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박경리가 토지에서 700명이 넘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 독특한 성격들을 묘사해 놓았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에 그렇게 많은 마음들이 감춰져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성찰이 된 사람이라는 표식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바로 거기서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존경하는 것입니다. 해거름에 평사리 토지 문학관을 구경하며 나는 저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를 닮았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모두들 자신은 최참판이나 서희라고 여기는 듯하여 갑자기 "조준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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